포병전사

전투사례3. 극한 상황에서의 사격지휘

포병역사 (onrt20 , 김여홍) 2007. 11. 8. 14:28
 

3. 극한 상황에서의 사격지휘

1.  개   요

가.  작전기간:1950. 6. 26

나.  작전지역:경기도 의정부

다.  적    군:북괴군 제3사단

라.  아    군:보병 제2사단 제1고도대대

2.  상    황

  북괴는 1950년 6월 25일 미명, 수십배의 우세한 병력과 장비로 38선 전역에 걸쳐 공격을 감행, 수도 서울을 단숨에 함락코자 철원과 김화에서 의정부에 이르는 중부전선을 주공방향으로 선정, 전차 156대와 병력 28,000명 그리고 각종 대포, 박격포 등 북괴 전화력의 1/3을 이곳으로 집중공격을 실시하였다. 아군 제7사단은 제1연대를 동두천 방면에, 제9연대를 포천방면에 70km정면을 6,700여명의 병력으로 신장 배치된 상태에서 방어에 임하고 있었다.

3.  작전경과

  북괴군의 전차 1개여단과 포병 1개여단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북괴정예 3사단의 기습을 받은 양문리 아군 경계부대는 박격포와 기관총으로 대항하였으나 괴물같은 적의 전차에 의해 지리멸렬 되었고, 이어 만세교에서는 57mm 대전차포와 2.36인치 로켓포로 전차에 집중포격, 명중시켰지만 도리어 그 전차의 사격을 받아 전멸되었으며 탄자의 9연대도 무너지고 불과 7시간만에 포천을 적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한편 전황을 알리는 라디오에서는 계속해서 38선의 국군이 침략한 적들을 퇴각시키고 도리어 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엇갈린 방송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육군본부에서는 수도경비사령부의 제3연대를 송우리에 증강시키는 한편, 대전에 위치한 제2사단을 의정부 방면에 긴급 투입토록 명령을 내렸다.

  송우리에서는 포천에 남하하는 전차를 맞아 포병학교에서 급파된 57mm대전차포대가 적전차에 사격을 했지만 적의 사이드 카부대만 섬멸시키고, 전차는 아군의 진지를 돌파해 버리자 3연대는 많은 피해를 입고 도로 좌, 우측 능선을 따라 후퇴하기에 이르렀다.

  축석령에서 반격하기로 되어 있던 아군 2사단은 공격준비 시간까지 겨우 1개대대만 도착하여 축석령 일대에 급편방어 진지를 편성하였고 당시 포병학교 교도대대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김풍익 대대(105mm M3야포)는 2사단을 화력으로 지원하기 위해 금오리에 진지를 점령한 것이 25일 밤 12시였다.

  송우리를 탈취한 적 전차는 6월 26일 새벽, 단독으로 축석령을 향해 서서히 남하하고 있었다.

  금오리에 위치한 105mm 포대에서는 포신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쉴새없이 포사격을 실시했다. 그러나 소총도, 57mm 대전차포도, 2.36인치 로켓포도, 105mm포탄도 적 전차를 파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곳에서 적의 전차를 저지하지 못하면 의정부는 고사하고 수도 서울의 함락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 김풍익 대대장은 적의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포병의 직접조준 사격뿐이라고 판단하고 결사대를 조직하여 적 전차와 맞대결 하기로 결심하였다.

  포병진지로 달려간 김풍익 소령은 포대장인 장세풍 대위와 결사대 1개분대 6명 및 포1문을 직접 인솔하여 축석령이 잘보이는 고개밑으로 1.6km까지 전진, 직접조준사격 준비를 완료하였다.

  때마침 커다란 굉음과 함께 축석령 고개를 돌아 내려오는 적 전차를 발견한 결사대는 100여m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침착하게 직접조준사격을 실시, 통쾌하게 전차의 궤도에 명중시키자 육중한 쇳덩어리는 도로중앙에 멈춰섰다. 뒤에 남은 포애에서는 전포대장 최진식 중위의 지휘하에 집중포사격으로 결사대를 엄호하였다. 흥분과 환희의 탄성을 지르던 결사대는 곧이어 두번째 포탄을 장전하고 사격을 실시하려던 순간, 후속하는 적전차의 집중 포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전원 산화하고 말았다. 이러한 전과는 적으로 하여금 서울을 함락시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연되게 하였다.

4.  교    훈

가.  왕성한 책임감

  책임감이 왕성하다는 것은 책임이 두려워서 자기의 행동이 쫓긴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바로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이나 또 자신의 사명을 스스로 이행하는데 책임의 참뜻이 있는 것이다.

  명에 의해 전선으로 나가 생사가 엇갈리는 전장에서 발휘한 그의 왕성한 책임감은 또다른 북괴의 심각한 도전앞에 국가보위의 대임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에게 크나큰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적전차의 기동을 저지하기 위해 지휘관인 자신이 포를 끌고 나가 직접 대결을 단행하여 적전차를 격파하고 장렬히 전사한 사실은 신명을 다해 책임을 다하는 그의 숭고한 정신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나.  용기와 결단

  용기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토대로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힘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과 신념을 가졌다해도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용기가 없다면 결코 명예는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고금의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누구나 용기와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분들이었다.

  특히 우리  군인은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걸고 싸우는 전투원으로서 용기야말로 군인된자의 제1의 구비요건인 것이며, 고 김풍익 중령이 보인 용기와 결단력은 우리의 귀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적지경으로 아군진지를 돌파하면서 육박해오는 적전차 앞에서 보병이나 대전차 화기의 엄호도 없이 근거리에서 야포로 대결하였고 더욱이 대대장인 자신이 직접 진두에서 지휘했다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참용기를 발휘한 것이며 급박한 상황아래에서도 침착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그때까지 전례가 없던 직접조준사격을 결심한 과감한 결단과 이를 실천에 옮긴 용기는 전쟁사에서 그 유례가 흔치 않을 일로서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다.  뛰어난 전술 전기

  전투에 임하는 군인이 비록 책임감이 왕성하고 신념에 찬 용기와 결단력이 있다해도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전술 전기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전승을 쟁취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기에 예나 지금이나 전투원을 육성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정신력과 전투기술이다.

  고 김풍익 중령을 볼 때 책임감을 비롯하여 용기와 결단력 깊은 정신력이 강했으며 전술전기에 있어서 훌륭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즉 전차와 정면대결, 직접조준 사격을 실시함에 있어 지형을 잘 분석 평가하여 적의 전차를 격파하기 용이한 지점에 포의 위치를 선정했으며, 철저한 전술위장을 실시하여 적이 아군포를 먼저 발견치 못하도록 했고 발사시 기와 거리를 가장 적절하게 잡은 것은 물론 초탄에 취약한 적전차의 궤도를 파괴해 버린 일발 필중의 쾌거는 평소 대대장을 비롯한 전 장병들이 전술전기를 연마하기 위해 피와 땀을 아끼지 않고 훈련을 쌓은 결과인 것이며 우리는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여 적보다 우위의 전술전기 연마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다.

라.  훌륭한 통솔력

  마지막으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훈은 고 김풍익 중령의 훌륭한 통솔력이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축석령을 축으로 형성되었던 아군 방어선이 적의 공격으로 무너지면서 전방에 배치되었던 보병들이 후퇴하기 시작할 때 김풍익 중령은 “모두 진정해라! 지금 전방에 배치되었던 보병부대는 철수하지만 우리 포병은 철수하지 않는다. 적의 전차와 대결하는 것은 보병이 아니고 포병이다. 우리는 여기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훈시하여 부하들의 동요를 미리 막은 것은 지휘관의 통솔력이 남달리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휘관의 통솔력이 부대 전력의 핵심이며 활력소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아는 내용이다. 그리고 훌륭한 통솔력이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평소부터 지휘관의 고매한 인격과 덕성이 부하의 존경을 받고 부하를 위해 지휘관 자신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부하로부터 깊은 신뢰를 획득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러한 통솔의 결과는 적과 싸워 승패를 가늠하는 결전의 전장에서 그 진가 발휘되는 것이다.

  대대장의 명령을 받은 고 김풍익 중령의 부하들이 감히 야포로서 불과 500m앞의 적전차를 공격하여 결전을 벌이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장차 다가올 죽음이라는 위험을 불사한 채 초연하게 있었다는 것은 고 김풍익 중령의 통솔력이 훌륭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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