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6. 대학시절3-4

포병역사 (onrt20 , 김여홍) 2007. 7. 10. 14:42

제가 ROTC를 지원하기로 맘을 먹은 것은 1학년때 대성로를 걷다가 여기저기 "명예"라는 구호를 외치며, 힘차게 걷는 단복을 입은 후보생을 보고서 동경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학년 때 학비문제를 해결하고자 ROTC 장학생(2년 복무연장)을 지원하였습니다. 그 당시 우리 학교는 경쟁이 심하여 합격여부에 노심초사를 했는데, 지원서 작성 시 생각이 나는 것은 그 당시에는 3명의 추천인제도가 있어서 첫 번째 우리 과 교수님, 2번째는 조선일보 방사장님(그 당시 조선일보 배달한 관계로), 3번째는 아무리 주변을 둘려봐도 부탁을 할 사람이 없어서.. 하나님으로 했습니다. 하나님이 인정하는 김여홍이란 의미로... 사실 국방부로 제출하는 지원서에 추천인을 하나님으로 했으니...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선발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성격이 여리고 소심하여 1년 차 때는 맘의 여유도 없이 긴장 속에서 생활을 해서 별로 재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행동으로 해야 하는 총검술이나 태권도를 하면 꼭 실수를 하니.. 이렇게 학교생활과 여름 병영훈련을 마치고, 2년 차가 되었는데, 그때는 사실 가장 멋있는 옷이 하얀 단복이었지만, 왜 그래 안 입고 다녔는지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ROTC의 꽃은 2년 차도 명예위원도 아닌 바로 1년 차라는 사실을 뒤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1년 차 시절은 누구나 힘듭니다. 길을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항상 주변에 2년 차가 없나 하고 두리번거려야 하고 남들은 대학교정에서 데이터를 하거나 여름방학이라고 여행을 떠날지라고 병영훈련을 받을 때, 특히 비가 온 후의 황토색 흙탕의 각개교장에서 기고 뛰고 하면서 땀과 흙으로 범벅된 훈련복이나 얼굴일지라도 10분간 휴식 간에 피우면서 잠시라도 여유를 만끽한 그 순간은 바로 1년 차 때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2년 차가 되면 1년 뒤에 졸업 후 군에 가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에 의해서 행동제한을 받지만 1년 차 때는 대학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자신이 하기 나름으로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통상, 방학 때 서울서 부산을 갈 때는 빈털 털리라서 용산역에서 야간 완행, 그것도 입석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부산에서 서울로 올 때는 호주머니가 다소 두툼하여 새마을호를 타고 오는데, 제가 여름방학을 마치고 부산서 서울로 오는 새마을호 기차는 그 당시 막바지 피서를 하고 귀경하는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때도 입석을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누군가 식당칸에 가면 앉아서 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 갔는데, 종업원이 무엇을 주문할 것이냐고 묻는데.. 대학교 3학년될 때까지 경양식집을 한 번도 간 적이 없었거던요. 그래소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듣고서 옆테이블하고 같은 것을 달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마 비프스테이크인가 봅니다.
 
처음에 수프가 나와서 이게 국인가 보다 생각하고 한 숟가락을 먹고 있는데 바로 음식들이 들어와서... 그 수프에 셋 숟가락도 안 되는 밥을 말아서 먼저 먹고서, 밥을 더 달라고 한 후에 일단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고서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웃기 시작하는데.. 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사실 그때 저는 하얀 단복을 입고서 멋있게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 먹고 있었는데.. 그래서 잠시 주변을 둘려봤더니.. 아뿔싸! 다른 사람들은 수프를 반쯤 먹고 난 후에 치우더니 그다음부터 아주 교양 있게 조금씩 스테이크를 잘라서 먹는 것을 보고,, 아차! 실수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얼굴이 빨개져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빨리 먹고서 급히 계산을 하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여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어면서 귀경을 하였습니다.
 
식당칸의 자리값을 너무 비싸게 치르고서도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고서.. 그래도 난생처음 먹었던 양식... 그 기억은 두고두고 기억이 납니다. 순서는 바뀌었지만.. 맛있게 먹으면 되지!! 속에 들어가면 똑같은데 말이지......

대학 다닐 때 친구로는 김규태(조선대교수), 한건규(중국 사업), 조동근(중국 사업) 이렇게 4인조가 같이 지냈습니다. 졸업여행으로 각자 여자친구를 데리고 단양 갔던 기억이 새롭게 납니다. 그 당시 제 친구는 제천에서 국민학교 선생님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나의 대학시절은 참으로 암울했지만 그래도 4인조가 있어서 그래도 밥은 굶지 않았습니다.
처음 서울에 와서는 삼성동 큰 형님집에서 생활했는데 집에는 형, 형수, 조카 3명이 있었고, 2층에는 2명의 하숙생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강남 복부인 1세대인 형수님도 아는 사람들에게 저를 큰 아들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지만, 어느 날부터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 견히 눈치가 보여서 다른 반찬에는 손이 안 가지고 형수님은 밥을 먹고 나면 설거지는 각자가 하고 자기가 생활하는 방은 각자가 청소하는 것으로 어린 조카를 키웠는데, 저는 누나들이 많아서 거의 내 맘대로 자라서 그런지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시골에서 된장 등을 가지고 왔는데, 그때 어머니는 중풍끼가 조금 있었습니다. 형님집에서 어머니와 형수가 언쟁하는 것을 보고 저는 엄마 편을 들면서 다투었는데 그때부터 이상하게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해서..
 
어느 날 신사동에 있는 조선일보 총국을 찾아가서 이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배달도 하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었습니다. 그곳에서 생활할 때 한 달 봉급이 13,000원이었는데 아침저녁 식대가 한 달 6000원이어서 7천 원 가지고 한 달을 지탱해야만 했습니다.
 
그 당시 한참 생맥주와 치킨집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학교 앞 명륜동을 지나가다 보면 치킨 한 조각과 생맥주 한잔을 마셔보았으면 하는 그런 맘과 그리고 사실 그 당시 저는 미팅이라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애프터라는 것은 더 생각할 수도 없었고.. 내 호주머니에 커피값만 있었더라면,, 아마 서울 여학생들은 많이 울렸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서울여자들은 어째 경상도사투리에 무척 약했거든..
 
하여튼 이렇게 어렵게 생활하면서 시간이 되면 친구집을 전전하였습니다.
특히 상도동 산비탈에 허름한 집에 살던 조동근이란 친구는 그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탄배달을 하면서 애들을 키웠는데 자식 농사는 참으로 잘 지었습니다. 그 집에 가면 밥그릇은 옛날 시골집에서 먹던 큰 밥그릇이었는데 저는 항상 한 그릇을 뚝딱한 후, 맛있다고 더 달라고 했는데 어머니와 할머니는 저를 정말 좋아해서 어느 날 작은 집의 처자를 저에게 소개를 해주었는데... 제가 싫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는 꿈이 컸거든..
 
이 친구 부친은 장애인이었는데 임관식 하는 날 아들 보려 오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그 당시 같은 과에 6명이 ROTC라서 다들 정복을 입고서 관을 장지까지 들고 갔는데, 그날 친구가 아버지 관 위에 소위 계급장을 올려놓는 것을 보고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 친구는 (주)대우에서 부장으로 있다가 중국에 파견되어 북경대학을 다녔는데, 대우가 부도나면서 어느 날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지나가는 말로는 중국에서 대우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2번째 김규태라는 친구는 조암의 약방집 아들이었는데 아버지는 그 동네의 땅부자이었습니다. 친구와 친구여동생이 서울서 학교 다닌다고 집을 구해서 일하는 아줌마를 두고서 생활했는데 그곳 역시 우리들의 아지트였습니다. 그곳에서 먹고잔 날도 많았는데. 그 당시 친구들이 모이면 바둑이나 당구를 쳤지만 저는 그런 것을 하기 싫어서 그것을 할 때는 뒷전에서 혼자서 놀았습니다. 이 친구는 대학을 졸업을 하자말자 고향 국민학교 동기동창인 여자와 결혼을 해서 10년 이상 미국에서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따고 지금은 조선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 중입니다.
 
한건규라는 놈은 전주출신인데, 우리 중에서 공부는 제일 잘했는데, 내가 볼 때는 별로인 고향 친구와의 연애 때문에 맘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결혼은 약사하고 했고 지금은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습니다.

'나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소위시절1  (0) 2007.07.10
7. 초군반시절  (0) 2007.07.10
5. 대학시절1-2  (0) 2007.07.10
4. 고교시절  (0) 2007.07.10
3. 중학교시절  (0)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