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18. 대위시절4

포병역사 (onrt20 , 김여홍) 2007. 10. 5. 12:26

제가 조금 특이한 군인이었습니다.

그당시 포대장이 줄 수 있는 휴가증은 평달은 2장, 3의 배수인 달은 3장이었는데, 1장은 포대간부에게 선발권을 위임하였고 1장은 제 주관대로 변화무쌍하게 주었습니다.

 

그당시 포대막사는 너무 노후화되어 화장실과 식당은 외부에 있었는데, 어느날 퐁당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안에서 잠글수 있는 문고리가 없어져서 용변을 보는 동안 누가 문을 열까 겁이나서 힘껏 잡고 있는데 너무 힘들었답니다. 그래서 누군가 불편하면 고리를 만들겠지 하고 기다렸드니, 어느날 철사고리로 안에서 걸 수 있게 만든 것을 보고서 다음날 아침에 누가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서, 이번달 모범사병은 화장실 문고리를 만든 병사를 선발해서 바로 집으로 포상휴가를 보내주었습니다.

 

또 한번은 추운 겨울날, 병사들은 식기를 식당밖의 산에서 내려오는 얼음물로 닦는데, 너무 손이 시려워서 고참병들은 그냥 식탁에 두고 나가는 것을 보고서, 저녁에 병사들에게 본인 것은 자신이 닦으라고 말하고서 퇴근을 했습니다. 그다음날 아침에 포대원들을 집합시킨 상태에서 병장급에서 직접 식기를 닦은 인원을 손들라고 했더니 5명이 있었는데 그동안 단한번도 포상휴가를 못간 병장에게 이번에는 너 차례이니깐 빨리 옷을 갈아입고 집에 갈 준비를 하라고 했습니다. 통상 포대장의 지시를 잘 받는 병사들은 평상시 3-4번정도 포상휴가를 다녀온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항상 이렇게만 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투체육시간에 축구를 하고 난 후 축구공을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고 배수로에 두고 가면, 낫으로 바로 찍어버립니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 축구하려 나오라고 하면 통상 고참병들은 바둑이나 장기를 두면서 안나가려고 하는데..그것을 보는 순간 도끼로 바둑판을 찍어버립니다. 하지만 그다음날 새로운 축구공이나 장기판을 사다주지만...

 

저는 부산출신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눈길에 잘 미끄러집니다. 똑 같은 전투화에 제 것이 더 새것인데..추운날 포대간부들하고 걸어서 퇴근하다가 들리는  조그마한 구멍가게에서 연탄불에 노가리라는 것을 구워서 소주 한잔하면 대대장을 안주삼아서 말을 하다보면 힘든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습니다.

 

대대 결산중에 대대장으로 부터 지적을 받아서 분위기가 심각한 상태로 포대를 복귀하면, 포대간부들은 긴장해 있습니다. 제 성격을 알기때문에..하지만..포대에 도착하면 항상 웃는 얼굴입니다. 대대 위병소를 나와서 포대까지 이동하는 시간동안 모든 것이 풀려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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